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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1) 하늘이 노래집니까? 한 올이 노래됩니다.
작성일
2025-03-05
조회수
65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1) 하늘이 노래집니까? 한 올이 노래됩니다.
글: 황바울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2월 15일, 가수 미노이씨는 새 미니앨범 ‘2.5 VIBES’를 발매했습니다. 안 들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미노이씨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타이틀곡의 제목이 ‘머리카락 빠질라(Hair loss)’였거든요.
노래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머리카락에 관련된 내용을 기대했는데, ‘업계에서 벌어지는 횡령이나 배임’에 관련된 내용이더라고요.
‘머리카락 빠질라’라는 제목은 그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는 숨바꼭질 할 때 부르는 노래에서 글자만 조금 바꾼 것일 뿐이었어요.
글자를 바꾸지 않았더라도 노래에서 어색한 부분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진짜로 탈모나 대머리와 관련된 노래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가짜 탈모 노래가 있습니다. 원래 탈모와 관련이 없는 노래인데, 묘하게 탈모가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빠져 빠져 모두 빠져버려”라는 가사의 ‘착각의 늪’(박경림)은 코믹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탈모인을 놀리는 데 사용됐죠.
요즘은 조금 더 절절한 노래가 있습니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이예준)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이대로 널 잃을까 무서워서 숨어버리는 난데 / 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요”라는 가사에서도 상실의 두려움이 담겨있습니다.
진짜 탈모 노래인지 애매한 노래도 있습니다. 원래 있던 다른 노래를 개사한 노래입니다.
‘탈모르파티’가 가장 유명하겠네요. ‘아모르파티’(김연자)를 개사한 겁니다.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라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습니다. 유튜브 조회수가 천만이 넘었어요.
아모르파티는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fati) 사랑(amor)”이란 뜻인데, 탈모르 파티는 “네 운명은(fati) 탈모”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네요.
진짜 발매가 된 노래 중에서는 ‘대머리여서 좋은 점 30가지’(과나)가 있습니다. 노래방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음식점 할 때 시비 걸릴 일 없어”나 “만약 싸움이 돼도 머리는 잘 안 잡혀” 등 제목 그대로 대머리의 좋은 점을 나열된 가사입니다.
조금 더 직접적인 제목의 노래도 있습니다. ‘탈모’(소보)라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 땅이 꺼지듯 한숨 한번 쉬고 / 이불을 정리하다 땅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보았어 / 조금씩 한 올씩 빠지고 나면 기억도 추억도 사라질까 봐”
그리고 ‘탈모송’(이정진)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너도 날 떠나가는구나 붙잡지는 않을게 / 내가 좀 더 잘했다면 너는 머물렀을까 / 이제는 이별도 너무 익숙해서 아쉽지도 두렵지도 않아”
이런 노래들을 보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탈모인을 보통과는 다른 사람처럼 그린 느낌이거든요. 물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애초에 노래에는 헤어스타일에 대한 묘사가 잘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언급됐다면 그 부분을 부각하는 게 맞겠죠. 그래도 보통 사람처럼 나오는 노래가 있나 찾아봤습니다.
한국 노래는 아닌데 ‘Best part of me’(Ed Sheeran)가 그런 노래겠네요.
내 눈은 사시고, 난 손톱을 물어뜯고, 난 점점 살이 찌고, 내 머리카락은 얇아지면서 빠지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면서 내가 가진 최고의 부분은 바로 너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 노래가 있습니다.
60년쯤 전에 나온 ‘대머리 총각’(김상희)에서는 “여덟 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 오늘도 만나려나 떨리는 마음 / 시원한 대머리에 나이가 들어 / 행여나 장가갔나 근심하였죠”라며 필요한 상황에만 딱 대머리를 언급합니다. 그리고 여느 사랑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김상희씨가 정말 대머리와 결혼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남편분은 풍성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김상희씨는 저 속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분이더라고요.
‘울산큰애기’를 불렀지만 서울 출신이고. ‘경상도 청년’을 불렀지만 전라도 청년과 결혼을 했으니까요. 대머리에게만 차별 대우를 한 게 아닙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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